자청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는데 그를 알게 된 지는 별로 안 됐다.
자청은 뭐 너무나도 유명한 인플루언서니까 다들 검색만 해도 유튜브에 프로필에 인스타그램에 너무나도 잘 나와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의 옛날 블로그 글을 이것저것 읽어 내려가는데 내가 요즘하고 있던 생각과 비슷한 주제의 글을 발견했다.
나는 현재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렇게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지만 정보성 글로 신문 읽듯이 읽기에는 재밌는 편이다.
그 책에서 여러 가지 스타트업을 이야기하는 파트가 나온다.
성공한 스타트업에는 무엇 무엇이 있고 그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스토리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굉장히 폭발적인 성장을 한 스타트업들도 보였는데 그들은 오로지 돈을 위해 회사를 만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을 시작한 목적이 오로지 돈 때문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세상에 내세우고 싶어서 시작한 케이스들인 것 같았다.
돈을 벌고 싶어서 혈안이 된 요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물론 요즘 사람은 나를 포함한다)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던 도중에 자청의 블로그 글이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청은 '왜 스타트업 대표들은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없고 고상한 것에 관심이 있는가, 왜 파이프라인(돈을 벌어다 주는 시스템)을 늘리거나 경제적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은 흙수저 출신이 많고 무식한 사람들이 많은가'라고 말하며 가난이라는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욕구들을 거의 다 충족했기에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한 탓이라고 한다. 즉, 자아실현의 욕구 덕분에 세상을 이롭게 만들고 싶어 하고 돈보다는 그 이상의 가치를 쫓는다고 말했다.
(확실히 내 주변에 학벌 좋고 집안이 유복한 친구는 자아실현 욕구가 강했다)
나는 생활비가 부족해 본 적이 있다. 생활비에 쪼들리며 산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고, 배고플 때에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서러움쯤은 겪어 봤다. 일을 하지 않으면 굉장히 부족한 돈으로 어떻게든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 생존이라는 욕구가 먼저 충족되어야 할 수밖에 없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이론 -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결국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가 만족되지 않으면 그 이상의 사회적 욕구나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는 뒷전이 된다.
내가 지금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어 하는 것도 '돈이 없으면 생활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압박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찢어지게 가난한 편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지고 마음까지 궁핍해진다.
나는 이런 상태를 매우 매우 매우 싫어한다. 돈 때문에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스타트업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그 영향력으로 큰돈을 만지며 기업을 키워가는 사람들은 돈이 아닌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데 힘쓴다. 결국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거나 즐거움을 주면 돈이 벌린다. 그 서비스에 만족하는 사람만큼 돈이 벌리는 것이다.
결국 생각해 보면 돈만 좇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돈만 좇지 않으려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지 않을 상황에 놓여있어야 그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지 않으려면 꾸준한 수입이 들어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의식적으로 '돈만 좇으며 일을 하지 말아야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돈 때문이다.
어쩔 때는 내가 정말 지겹다. 가끔씩 지친다.
그만큼 내가 절박한가 보다.
수입이 끊기면 마주할 그 상황이 너무나도 싫어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돈을 좇으면 정말로 안되는가? 란 생각은 계속 든다.
돈만 좇는 게 그렇게 안 되는 행위인가, 윤리적인 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된 것 아닌가,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인데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그 생각은 어디에서 피어난 것일까, 사실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을 직접 해소하기 위해 움직인 사람들이 현재 거대한 기업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아닐까.
태양이 뜨거운 사막에 지금 당장 마실 물이 없는 사람과 언제든지 물병을 꺼내서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의 행동은 같을 수 없다. 마중물을 한 바가지 넣어야 나오는 펌프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펌프가 고장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확실한 물이 소중한 사람이 있는 반면, 물을 마시지 못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없이(이미 가지고 있는 물이 있음) 펌프가 고장 났을지도 모른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마중물을 넣어 더 많은 물을 마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과연 마중물을 넣지 못하고 마셔버린 사람을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펌프에 물을 넣었다면 더 많은 물을 마실 수 있었을 텐데 왜 장기적으로 보지 못했냐고 다그칠 수 있겠는가. 만약 펌프가 고장 나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죽는다.
당장의 마중물을 마시든 펌프에 물을 넣어 마시든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돈도 그렇다. 지금 당장의 생활이 어려운데 장기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지금을 희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확실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죽는다. 그런 여유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하겠는가. 그 사람의 손에 쥐고 있는 확실한 마중물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돈은 생존의 위협이 없을 때, 여유로울 때 더 벌 수 있다. 결국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돈을 잘 벌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빈익빈 부익부.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씁쓸하기도, 현실적이기도 한 생각이다.
느낀 건 많았는데 글로 잘 표현됐을까 모르겠다. 느끼고 생각한 건 많은데 그걸 글로 정리하려니 쉽지 않다.
스쳐 지나간 생각과 영감은 너무 빠르게 휘발 돼버려서 블로그에 끄적거려도 금세 내가 뭘 생각했었는지 잊어먹는다.
세련되게 적고 싶었지만 생각하던 거 날아갈까 봐 키보드 부서져라 써 내려갔다.
내가 한 생각들이 잘 정리가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냥 끄적거린 글이니 가볍게 읽고 지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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