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느낀것들

대학에 와서야 느낀 것

강석봉 2023. 5. 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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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글 쓰다가 배고파서 카페에서 타닥타닥...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던 평범한 학생이다.

그야말로 평균치를 자랑하는 4~5등급에 머물러 있던 학생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국어를 굉장히 어려워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자괴감뿐이었다.

분명 쉬운 글인데 머릿속에 남아있는 정보가 없었다.

문장을 읽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번이고 같은 문장을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내 읽기를 방해했다.

같이 나온 도표나 그래프를 봐도 내용과 매치시킬 수 없었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지옥에 빠진 기분이었다.

 

분명 같은 글을 읽는데 다른 사람은 5분 만에, 나는 20분을 읽었다.

읽히지도 않는 어려운 지문을 억지로 억지로 붙잡으며 시험을 봐왔고 점수는 항상 60점대 초반이었다.

 

공부할수록 답이 없었다.

국어의 문해력이 떨어지니 영어로 나온 지문 또한 이해되지 않았다.

영어를 번역해놓은 해답지를 봐도 이해가 되지 않자 나는 그제야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해서 공부를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문해력의 문제였는데, 그걸 깨달아 버린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책을 읽으며 실력을 쌓기엔 너무나도 조급했기에 비교적 문해력을 덜 요구하는 문제의 유형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언어영역 4등급으로 나는 대학에 입학했다.

 

나를 괴롭히던 지문들도 사라졌고 예체능이라 리포트를 쓸 일도 없었다.

내 자존감을 갉아먹던 문해력이 이제는 필요 없다고 느껴졌다.

이제는 열심히 디자인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작업만 끝내주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대학교 2학년을 보내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과제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능력을 요구했다.

예체능이라고 뚝딱뚝딱 작업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디자인수업은 나에게 창의력을 요구했다.

창의력, 사고력, 그리고 그 창의력을 남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적인 언변 또한 필요했다.

 

전공이 아닌 교양수업은 주석을 달아야 하는 리포트나 서술.논술형 시험을 요구했다.

논문을 볼 줄도 모르는 나에게는 커다란 부담이었다.

적당한 레포트 하나도 쓰지 못하는 나에게 실망도 했다.

 

국어 4등급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대학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능력조차 못 갖추고 대학에 온 점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대학에서도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졸업하고 사회에 내쳐진다면 그때 가서 내가 느낄 기분이 어떨지...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바로잡고 싶다.

 

세상은 공부해야 할 것 천지다.

 

보험도 들어야 하고, 집세도 내야 하고, 세금도 내야하고, 통신비도 지급해야 하고, 투자도 공부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살아가면서 꼭 겪어야 하는 경험임과 동시에 살면서 피해 보기 쉬운 영역이다.

보험사기, 전세사기, 돌려받지 못한 세금, 공부하지도 않고 꼬라박은 주식 등등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결국 열심히 돈을 벌어도 그 돈을 날릴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뿐만 아니라 어느 직종에서 일을 하든 기본적인 문해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디자인을 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디자인이란 것도 결국 기존에 있었던 것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새로운 창조가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료에서 발전되기에 사실 누구보다 여러 가지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또 책이다.

어렴풋한 아이디어를 텍스트로 정리하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남들에게도 논리적으로 통해야 하므로 글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과제를 못하면 학점이 나쁘다.

하지만 사회에서 일을 못하면 내 미래가 어둡다.

직장에서 일을 못하면 회사생활은 힘들어진다.

연봉도 오르기 힘들고 회사는 적당히 나를 써먹고 명예퇴직을 권할지도 모른다.

너무 막장으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사회에서 내 1인분을 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삶이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야말로 문해력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인생에는 복리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문해력은 읽고 쓸수록 향상되는 능력이라서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 능력을 굴리면 인생에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준다.

문해력에 복리가 적용되면 굉장한 자산이 될 것이다.

 


문해력을 기르려면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되겠지... 란 막연한 생각으로 올해부터 독서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 문해력은 4등급,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욕심만 많아서 이것저것 읽어보려고 했지만 책의 내용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난이도였다.

그냥 읽으면 될 줄 알았는데 머릿속에서 내용이 튕겨져 나간다.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다.

 

세줄 읽고... 현타가 오고 책을 덮는다.

그러면 오늘 하루 독서는 끝이다.

점점 책을 접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문해력을 제자리걸음이다.

그럴수록 책은 더 어렵고 지루해진다.

 

참으로 어렵지 않을 수가 없다.

 

쉬운 책을 골라도 문제다.

쉬우면 재미가 없다.

 

언젠가는 내가 읽고 싶으면 하루 안에 뚝딱 읽어버리는 그런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신문이나 보험약관 정도는 샤샤샥 읽어낼 수 있기를 ㅎㅎ

대학에 왔지만 나 자신이 아직 멍청하다는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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