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느낀것들

미술학원 알바 후기

강석봉 2023. 1.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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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입시미술을 가르치는 학원의 풍경


 오늘은 마인드도 부에 대한 것도 아닌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항상 비슷한 주제로만 글을 써도 참 피곤하다. 오늘 같은 날은 돈에 대한 책이나 이야기가 싫을 때가 있다. 돈돈거리는 내가 싫어진달까. 이러한 이유로 내가 살고 있는 일상에서 글을 써볼 예정이다.

 

 나는 재수를 하지 않고 스무 살에 대학을 입학했다. 성적에 비하면 나름 괜찮은 학교를 갔다고 생각하며 학교를 다니다가 여름방학 때부턴가 내가 다니던 입시미술학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미술학원 보조강사 장점

1. 선생님이라는 지위

     보통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가장 낮은 위치의 업무 종사자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일한다면 손님과 사장님이 나의 갑이 될 것이다. 그에 비해 미술학원에서 선생님으로 일한다면 학생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또한 나를 선생님으로 대우해 준다. 이런 환경 덕분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업무 중 가장 편안한 직종이라 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해서 과외를 하는 것처럼 미대생은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다.

 

2. 집과 가까운 거리

    내가 다니던 미술학원은 우리집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렸다. 교통비가 전혀 들지 않고 밖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없을 때(식비가 없을 때) 집으로 가서 차려먹을 수 있었다. 미술학원에서 일하게 된다면 하루에 장시간 일하게 될 경우가 많은데 나처럼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학원에서 일한다면 식사시간 때 집에서 휴식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최저보다 더 높은 시급

    보통 미술학원 강사는 입시 경력과 능력이 필수이므로 입시미술을 해봤던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대다수다. 그렇기에 아무나 뽑을 수 없고 미대생이 가진 실기능력은 희소성이 있다. 미술학원 알바는 최저시급보다 2~3천 원은 더 높게 쳐준다.

 

4. 다른 알바보다 덜 힘든 점 

     개인적인 의견으로 미술학원 알바는 몸을 많이 쓰지 않는다. 많이 써봤자 종이를 드는 정도로 힘을 쓴다. 식당일 4시간과 미술학원 일 4시간은 천지차이다. (직접해봤다)


대략적으로 돌아가는 미술학원 시스템이다.

 우리 미술학원은 유명한 학원은 아니었기 때문에 입시가 끝난 2월에서 5월 정도는 여유롭다. 그래서 알바가 필요 없다. 그때는 나도 다른 알바를 한다. 그러다가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특강을 하게 되는데 이때 학생들은 일주일에 5일 정도 풀타임(약 13시부터 22시)을 미술학원에서 보내게 된다. 학생들도 어느 정도 많아지고 미술학원에 오는 날도 많아지니 일손이 필요해지는데 학원들은 이때 단기 보조강사 선생님들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수능 전부터 조금씩 출근을 시작하고 수능이 끝나고는 아침 9시부터 22시까지 하루종일 일손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7월, 8월(여름특강), 10월, 11월, 12월, 1월(수능 전달부터 시작해서 정시 끝날 때까지) 총 6개월을 일하는 셈이다. 나머지 6개월은 내가 알아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귀찮은 점이 있지만 미술학원 알바만큼 편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솔직히 안 하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미술학원 보조강사 업무(학원마다 다를 수 있음)

1.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의 그림 지적해 주기

    학생들의 그림을 최대한 존중해 주면서 보완할 점을 말해준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스타일을 갖고 있을 수 있으므로 주관적인 의견보다 꼭 지켜야 하는 요소들 위주로 말해준다. 예를 들어 대비, 형태, 투시, 양감은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지켜야 하는 원칙이므로 이 중 하나라도 틀렸을 경우 지적해주는 것이 좋다. 

 

2. 직접 고쳐주기

    학생들 중 말로 알려주어도 이해를 못 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이해가 안 된다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또는 이해했다고 했음에도 그림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직접 보여주는 것이 빠르다. 내가 전달한 것과 학생이 이해한 것은 다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3. 시범

    학생이 미술을 시작한 지 별로 안 됐을 경우 인풋이 부족하다. 그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나 경험, 자료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때는 시범을 보여주고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는 학원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그리기도 한다.

 

4. 자료 찾기

    대학 합격작을 찾거나 예상문제를 만들 때 줄 사진자료를 찾는 일을 한다. 어렵지 않아서 딱히 할 말은 없다.

 

5. 숙제 확인

    수시나 정시가 다가오면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준다. 이때는 정말로 그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서 집에서 해결해올 숙제를 내준다. 아이디어 스케치일 수도 있고 형태 스케치 일수도 있는데 무엇을 하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달아주는 일이다. 

나는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주는 편이다. 보완할 점만 말하는 것도 좋지만 그 학생이 잘한 점이 있다면 칭찬 또한 아낌없이 적어주자.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처음엔 학생들의 그림을 고쳐주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내 그림이 아니니까 망치면 안 된다는 압박감도 있고, 선생님으로서의 지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 하는 일이 어렵지 몇 번 해 보다 보면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울 수는 있지만 이 좋은 기회를 잘 잡길 바란다.

 

 보조강사의 업무가 강도가 센 편은 아니지만 앉아있는 시간이 적고 머리를 쓰고 집중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무거운 것을 들거나 나르는 알바보다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적기 때문에 추천한다.(나는 돈가스 집 알바도 해봤는데 4시간 일하는 게 보조강사 업무 10시간 수준이었다)

 

 계속 보조강사 일을 하다 보면 나도 그림 보는 눈이 높아져 실력이 오르게 되고 전공 살려서 돈 버는 느낌도 든다. 같은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배를 양성할 수도 있기에 미대생에게 제격인 알바라 생각한다.

미대생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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