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느낀것들

내가 입시미술을 시작한 이유

강석봉 2022. 12. 29.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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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저마다 관심있는 게 있을 것이다. 취미든 직업이든 전공이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흥미를 끄는 활동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나는 중학교 시절 내 진로를 보건 선생님으로 정했다. 내 흥미나 적성은 배제하고 오직 나에게 남는 시간과 돈만 본 직장이었다. 봄 방학, 여름 방학, 겨울 방학, 개교기념일, 빠른 칼퇴근,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점 등 만을 고려해서 내린 결과였다. 그저 보건실에 앉아서 서류를 처리하고 방문하는 아이들만 봐주면 되는 쉬운 직장으로 생각하고 내 꿈을 어이없게도 보건선생님으로 정해버린 것이다. 사실 보건선생님이 되려면 치열한 경쟁을 하며 간호대학을 들어가서 임용고시를 통과해야만 될 수 있는 것인데 그 시절 어린 나는 그걸 몰랐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다. 영어도 못하고 국어도 못했으며 수학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상태로 인서울 간호대학이라니 머리 속이 꽃밭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는 못해도 낙서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리는 건 좋아했다. 유튜브를 찾아서 강의를 듣고 그림을 그릴 정도였다. 웹툰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꿔봤지만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은 넘쳤고 미술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에 미술 쪽 진로는 접어버렸다. 하지만 난 중학교 3년 내내 친구들과 만화를 보며 그림을 그렸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하고싶은걸 어떤 쪽으로든 하는 편이다. 이 당시 나는 그저 취미로만 그림을 그렸다. 나중에 보건선생님이 돼서 돈도 안정적으로 벌고 방학이나 퇴근후에 남은 시간으로 그림을 그릴 예정이었다. 너무나 완벽한 인생계획이라며 나름 자부심도 느꼈다. 내 성적이라면 인서울 간호대학 정도는 들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보다 더 힘든 세상이었다.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었다. 

 

 다행히 난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내 주제를 파악했다. 공부가 너무 힘들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데도 공부가 너무 싫고 힘들었다. 열심히해서 힘든게 아니라 그냥 내 관심사가 아니다 보니 힘들었다. 못해서 더 싫었던 것도 있었다. 그때서부터 미술과 공부를 저울질하며 무엇으로 내 인생을 채워나갈 것인지 고민했다. 나보다 공부잘하는 사람도 많고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많다. 공부와 미술 둘 다 힘들고 스트레스 받지만 성취감이 있는 건 미술이었다. 어차피 힘들거 미술로 고통받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또, 같은 반 친구중에 입시미술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있었는데 매우 부러웠다. 그 친구를 따라서 미술학원에 놀러갔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난 입시미술을 시작해버렸다.

 

 내 인생중에 가장 잘한 것중 하나가 미술을 시작한 것이다. 고3 시절, 수능이 끝나고 정시특강을 시작했다. 정시특강이라는 것은 수능이 끝난 입시생들을 모아놓고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는 특별강의를 말한다. 그림을 좋아해야지만 견딜 수 있는 빡센 스케줄이다. 공부를 싫어하고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난 수능을 마치고 어렵지 않게 정시특강을 했다. 내 그림이 발전하는 것을 보니 나날이 뿌듯하고 희망찬 하루를 보냈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찬 생활이었다. 하루종일 그림만 그린다는게 참 힘들긴 하다. 하지만 힘든만큼 결과가 보상해주었다. 결국 난 어렵지 않게 미대에 합격했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좋아하는 분야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비웃을 수도 있고, 돈이 안된다며 걱정할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힘든 일이라며 저지할 수도 있다. 우리는 현실이란 벽 앞에서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만 남겨두려 한다. 앞에서 말했듯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결국 다시 좋아하는 일을 하게 돼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았다면 그 분야에 빠져들어라. 취미로만 남겨두지 말고 갈고 닦아 전문성을 발휘 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은 만들 수 있는 수익구조가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다.  이 글로 인해 당신의 재능을 꽃 피울 기회가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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